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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지금 불법DVD의 ‘천국’ 조회수 3,362 작성일 200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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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1. 13부터 저작권 관련되어 뉴스의 제목과 링크만 게시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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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 전자상가 앞길. 인도(人道) 한쪽에 늘어선 좌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매트릭스2’ DVD ‘빽판’(해적판) 있어요?” “만원짜리 한 장 받아요. ” “여기도 하나 주세요. ”

20대로 보이는 좌판 행상은 ‘매트릭스2’ ‘애니매트릭스’ ‘엑스맨2’ ‘폰부스’ ‘그녀에게’ 등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거나 아직 간판을 올리지도 않은 외국영화의 DVD 타이틀 300여장을 진열한 채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10분 정도 지켜보니 평일 오후인데도 10여개가 팔려나갔다. 20·30대가 대부분인 손님들 중엔 외국인들도 있었고, 대부분 개봉 1주일이 되지 않은 ‘매트릭스2’를 구입했다. “빽판 파는 데가 용산에 얼마나 있어요?”라고 묻자 “열 군데는 훨씬 넘는다”란 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매트릭스2’를 구입한 이모(회사원·31)씨는 “싸고 편하게 볼 수 있어 좋다”며 “음질과 화질이 떨어지고 한국어 자막이 좀 투박하지만 보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만족한다”고 답했다.

여기서 150m쯤 떨어진 신용산지하차도를 지나자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다른 좌판 주인이 “‘매트릭스 2’ 있습니다”라고 말을 붙여왔다. 오는 6월 5일 개봉예정인 ‘니모를 찾아서’는 없느냐고 물어보니 “요즘엔 ‘매트릭스 2’만 찾기 때문에 그건 1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평일엔 100장 조금 넘게 팔고, 주말엔 평일의 3~4배 판다”고 했다. 막 개봉한 ‘매트릭스 2’는 전 세계 어디에도 DVD 정품이 나온 적 없지만, 이곳에선 한국 개봉 이틀 전에 이미 해적판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런 해적판은 거의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들이 주 대상이고, 러시아나 중국 등 해외에서 제작되어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DVD 시장 규모는 작년 900억원에서 올해 1400억원으로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는 DVD 관련업계는 불법 해적판의 창궐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해적판 DVD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앞 좌판을 중심으로 역 주변 등에서 팔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불법 거래되고 있다. 경찰의 협조를 얻어 단속에 나서고 있는 한국영상협회 유남준 국장은 “불법 DVD와 비디오가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거의 매일 단속 나가다시피하지만 불법 DVD 유통은 폭력조직과 관련되어 있고, 판매망이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못 거둔다”고 말했다. MPA(미국영화협회)의 한국지사도 할리우드 영화의 DVD 해적판 적발에 직접 나서지만 실효를 못 거두긴 마찬가지다. 해적판 DVD 외에도 인터넷에서 ‘디빅스 파일’ 형태로 영화를 불법으로 다운하여 관람하는 사례도 일상화되어 있다.

‘매트릭스 2’의 국내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윤숙 부장은 “일반인들은 그게 불법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홈비디오사업부 구창모 상무는 “이러다가 불법 DVD 때문에 정품 DVD 시장이 붕괴된 중국과 대만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 이동진기자 : 조선일보 2003년 6월 2일자